아름다운 명작 소설 - 톨스토이 '부활' 줄거리와 독후감

명작의 가치는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습니다.
톨스토이가 쓴 <부활>을 자연스럽게 집어들게 된 것도 반 쯤은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책 정보

 책이름: 부활
 글쓴이: 레프 톨스토이
 엮은이: 박형규
 출판사: 민음사
 총권수: 2권 (완결)
 출판일: 1899년 (민음사판은 2003년 11월 11일에 나옴)
 배경: 차르 시대의 러시아

1. 줄거리.

*한 여자의 몰락

카추샤는 농노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여주인의 눈에 띄어 '축복 받은 아이'와 '하녀' 양면성을 지니고 자라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슬로바는 여주인의 조카인 공작, 네플류도프라는 귀족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잘못된 사랑은 타락을 낳았다.

처음은 분명 풋사랑이었습니다.
그러나 욕망에 사로잡힌 네플류도프는 그녀와 강제로 하룻밤을 보내게 되며, 그 후엔 돈 몇 푼을 쥐어주고 떠나버립니다.
그 때문에 카추샤는 방황을 하게 되며 결국 마슬로바라는 이름의 창녀로 전락하는 신세가 됩니다.

*교차점

네플류도프는 마슬로바를 완전히 망친 셈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일 자체를 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재판소에 와서 배심원으로 출석한 네플류도프는 우연히 '독살' 사건에 연루된 마슬로바를 만나게 된 겁니다.

▲판결로 시베리아로 떠나게 된다.

마슬로바는 죄가 없었지만 무성의한 변호인과 배심원들의 부주의 때문에 형을 집행 받게 되고, 그녀와의 옛일을 떠올린 네플류도프는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됩니다.

결국 네플로듀프는 모든 일을 바로잡기 위해 그녀를 구하려고 애쓰지만 일은 쉽지 않습니다.
법관들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 합니다.

그러자 네플류도프는 그녀를 따라 가서 어떻게든 구해내고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부활

네흘류도프는 그런 마음을 먹은 후부턴 자기가 누리고 있던 일상에 혐오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혐오가 방탕한 생활을 하는 동안 잊어왔던 젊은 날의 이상을 되찾았기 때문임을 깨달았습니다.

실은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놀란 것은 자기의 비열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이 감정 속에는 뭔가 병적이면서도 마음을 기쁘게 하고 안정시키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네플류도프의 독백 中

그래서 네플류도프는 생활상을 바꾸기로 마음 먹고, 방탕한 생활을 위해 가지고 있던 재산들을 내려놓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먹은 후에도 네플류도프는 마음이 흔들리게 됩니다.
이제껏 누려왔던 기득권은 달콤했고 뭔가를 바꾼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네플류도프의 변화를 이끌어낸 마슬로바는 어디까지나 네플류도프를 '고객'으로써 대할 뿐 진정으로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네플류도프는 이 첫 면회 때부터 카튜사가 자기를 보고 그녀에게 봉사하려는 자기의 결심과 참회의 말을 듣고 나면 반드시 기뻐하고 감동하여 다시 그 옛날의 카추샤로 되돌아가 주리라고 기대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옛날에 카추샤는 존재하지 않고, 지금은 타락한 마슬로바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곤 기겁을 했다.

단지 여러가지를 청탁을 하는데, 대부분 감옥에서 만난 억울한 죄인들의 편의를 요구할 뿐입니다.
네플류도프는 그들을 만나보며 러시아 사회의 모순을 보게 되며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당신은 나를 미끼로 해서 구원 받으려 하는 거죠."
-카추샤의 말 中

하지만 둘 사이는 여전히 삐걱거립니다.

2. 부활은 상상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네플류도프는 타락한 인간입니다.
어린 시절의 사회가 가진 부당함을 인식하고, 자신이 가진 토지를 농노에게 배분하는 행동을 할 정도의 이상주의자였지만 현실과 타협해 사치를 누리고 삽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육체적인 쾌락을 중시해 마슬로바를 강제로 취한 후 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했습니다.

비록 육체적으로 죽어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상으로 가득차있던 네플류도프는 거기서 죽은 셈입니다.

▲네플류도프는 새로운 사람이 된다.

하지만 재판정에서 마슬로바와 재회한 순간 외면해왔던 죄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하며 그를 둘러싼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네플류도프가 버릴 수 없었던 화려한 생활을 혐오스럽다는 식의 묘사가 등장하는데, 이는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자 주변의 세계가 달라졌기 때문이죠.

네플류도프는 이처럼 또 하나의 우리를 생각하게 합니다.
대부분 가지고 있었던 이상이 있었으나 자라나며 점점 세상과 타협하는 우리들 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타협하는 사람들'은 사회의 시스템에서 양산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3. 처벌이 사람을 억압한다.

이 책의 주된 주제는 사람들이 세상을 살기 좋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들을 만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제도가 사람들을 얽메이게 하고 있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법정에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엄벌하지만 오히려 범죄자가 된 까닭에 다시 범죄를 저질러야하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죄인이 된 것은 다만 그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환경 속에 놓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젊은이가 없개 하려면 이런 불행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 환경을 없애도록 애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중략)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태어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실제로는 그들을 만들어내는 시설 투자에만 급급하고 있다.
-네플류도프의 독백 中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하더라도 법정에선 온갖 죄목을 들어 죄인들을 양산해냅니다.
언뜻 들어본다면 법 자체는 공정해서 죄인이 된 사람들을 처벌한 이유는 당연해보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죄를 지은 배경은 '법'이 엄격하기 때문이거나, '법'을 집행해야할 자들이 외면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미 귀족들과 기독권층이 사회의 재화들을 독점하고, 살기 힘든 서민들이 타의로 법을 어긴 것에 불과합니다.

네플로듀프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과연 인간이 인간을 재판하고 죄목으로 얽어놓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집니다.

또한 그런 죄목으로 다른 사람들을 처벌해놓고, 마치 자신들은 떳떳하고 훌륭한양 행세하는 귀족들에게 혐오감도 품게되죠.
하지만 슬픈 사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네플류도프도 그들과 동류였고, 어린 시절 훌륭했던 사람들도 그 사상에 물들었다는 겁니다.

4. 용서가 해답일까?

부활 1

다만 이런 논리를 현대에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엔 의구심이 있습니다.
저도 현대인인지라 사랑 같은 감정을 비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논리가 통용되기엔 세상이 너무 각박하지 않나 싶습니다.

작 중에서 '사람이 사람을 처벌하는 건 옳지 않다.'는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미신의 하나는 인간은 저마다 일정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선한 자, 악한 자, 영리한 자, 어리석은 자, 근면한 자, 태만한 자 등등의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러나 사실 인간이란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다만 우리는 어떤 한 사람에 관해서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많다든가, 어리석을 때보다 영리할 때가 더 많다던가, 태만할 때보다 근면할 때가 더 많다든가, 또는 그 반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부활> 中

누구나 악함은 가지고 있고,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칭 상류사회가 독점하고 남은 찌거기를 나누고 있는 하층민들은 범죄에 내몰릴 수도 있지요.

그러나 누구나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똑같은 행동을 하진 않습니다.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했던 공지영 작가가 후에 <도가니>라는 작품을 통해 이런 불합리함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론 어디까지나 낭만에 가득찼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주장과는 별개로 감동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나 세상과 타협했던 인간이 타락했던 인간과 만나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위로하며 '부활'을 해냈을 때의 감동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

P.S 여담이지만 톨스토이의 이전 작품을 보면 종교적인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선 교회와 러시아의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이 때문에 러시아 교회에서 파문당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