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어느 시대의 사람보다도 고독하다고 합니다.
어디서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교류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임준옥 작가님은 그런 현대인들보다도 더욱 고독한 주인공을 내세운 소설을 쓰셨습니다.
제목은 무적자(無籍者).
흔히 생각하는 적수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소속이 없는 자라는 의미입니다.
책이름: 무적자
글쓴이: 임준옥
출판사: 청어람
출판일: 2009년 9월 28일
총권수: 3권 (완결)
장르: 현대물, 무협물, 환생물, 복수물.
배경: 한국
1. 줄거리
*현대에 환생한 살수
주인공은 무림에서 낭인무사를 가장한 살수(암살자)로 활약했습니다.
그리고 한 여인과 맺어졌지만, 마지막 임무에서 죽으며 결국 그녀에게 호강 한번 못시켜주게 됩니다.
이후 주인공은 현대에 임화평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임화평은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고아원에서 폭행을 당하다가 전생의 기억을 얻게 되죠.
▲살수로써의 기억덕에 주인공은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
과거의 기억 덕에 화평은 힘을 일깨웠고, 과거의 삶에 지친 나머지 조용히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임화평은 살수 시절의 아내였던 여자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1
그녀는 빚을 갚지 못해서 노예처럼 잡힐 위기에 처했습니다.
결국 임화평은 그녀를 구해 부산에서 서울로 도망칩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임화평은 자신의 기반까지 모두 포기하고 도망가게 된다.
그리고 도망치던 과정에서 그녀가 자장면과 탕수육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중국집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동시에, 환생이라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이번 생에서야말로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결심합니다.
*평온한 일상
그리고 10년이 지납니다.
임화평은 서울에서 중국집을 하며 화목한 가정을 일구고 딸 초영이를 얻습니다.
임화평의 딸 임초영은 기가 세긴 하나, 활달하고 구김살 없이 자라서 임화평의 자랑거리입니다.
게다가 아내인 이정인은 행복을 누리기도 전에 병으로 세상을 떳기 때문에, 임화평이 세상을 살아가는 단 하나의 이유는 임초영이 됩니다.
임화평은 살수시절의 기억은 잊고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임화평은 주방장으로써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이정인이 관심을 보이던 고아원 아이들도 도우면서 새로운 인연들과도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죠.
그러던 어느날, 임초영은 결혼한 남편과 함께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게됩니다.
임초영 부부는 들뜬 채 중국에서 여행을 하지만 심상치 않은 자들이 임초영 부부에게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그 음모에 대항하기 위해 임화평은 온건한 중국집 주방장의 모습을 버리고 냉혹한 살수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거대한 조직에 맞서 무적자로서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됩니다.
2. 망설임 없는 살귀의 복수행.
작품 내에서 주인공은 속 시원한 행보를 보입니다.
옳은가 틀린가? 주인공은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철저히 복수에 초점을 맞추고 냉혹한 암살자로서 세상의 부조리와 싸웁니다.
사람을 죽이는 데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고 복수를 위해 인간이 아닌 실귀로서 적들을 대합니다.
아무리 냉혈한이라도 계속된 복수를 하게 되면 고뇌하기 마련인데 주인공은 고뇌조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용서하라는 말을 비웃으며 잔인하게 복수를 할 뿐입니다.
▲잔인한 복수를 하면서도, 주인공의 고독감이 계속 등장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작 중의 배경이 되는 중국의 파룬궁 사건을 모티브로 음험한 진실들을 파헤치면서 독자들도 같이 공분하다는 데 있습니다.
주인공이 하는 행동이 잔인함에도 인간적으로 공감이 가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죠.
주인공은 그저 세상에 관심을 보일 수 없는 무적자로서의 분노를 제대로 표출할 뿐이며 독자들도 같이 분노를 표출할 뿐입니다.
작가님도 다른 부분보다 ‘복수행’에 초점을 맞춥니다.
군더더기조차 덧붙이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은 미국 드라마 덱스터
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흔히 부조리한 일을 겪으면 법의 심판을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법이 공평하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야기일 뿐, 분명 범인이 저지른 것에 비해 약한 처벌만 하거나 아예 처벌 받지도 않습니다.
무적자와 덱스터는 이런 자들에게 초법적인 제재를 하면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3. 살인귀도 인간이다.
인간이 살인귀만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임화평은 과거 피도 눈물도 없는 살수였지만 동시에 현대인의 삶도 살았기 때문에 점점 고뇌하며, 결국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아무 것도 없었던 줄 알았던 그의 삶에는 의외의 인물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돌아갈 수 있을까?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가?
복수를 위해 칼을 갈고 끝끝내 원수들과 싸워나가지만, 그 이면엔 소망원과 중국에서 인연을 맺는 아이들, 주변사람에게 남은 정으로 항상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주인공이 안쓰럽기도 하고, 감정 이입도 되었습니다.
4. 전체적인 작품 감상.
주인공이 중국집 주방장이라서인지, 소설에선 음식 묘사가 잦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아 음식이구나.’가 아니라, 정말 배가 고플 정도로 생생한 묘사가 일품이었습니다.
사진이 아니라, 문자를 보면서 배가 고프기는 처음이었죠.
그 정도로 소설의 전체적인 수준이 높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제 머릿 속에는 정갈한 접시에 고급스레 담긴 음식이 떠올랐습니다.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고, 진행도 정제되었고, 작품 분위기와 어울리는 빠른 흐름도 좋았고, 주인공에게 공감도 갔고, 작가님이 보여주신 절제미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후반 막판에 등장힌 능력자들은 아쉬웠습니다.
▲무협소설에서 전대물 캐릭터가 등장하는 느낌이었다.
작품과 조화되지 않는 등장인물이었습니다.
게다가 무적자의 분위기와 맞지 않게 경박한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또한 중간 중간 너무 무협적 설정에 공을 들여 대중성을 낮춘 부분도 아쉬웠고, 의성어 처리가 아쉬웠죠. 2
5. 종합.
<무적자>는 환생물이며, 과거의 힘을 가지고 와서 현대엔 적수가 없는 강자의 외로운 싸움을 다뤘습니다.
전형적인 성장물을 좋아하시는 분께는 적절하진 않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느낀 건, 무적자에서 사용된 <복수>라는 소재가 통속적이지만, 통속적인 내용도 어떤 작가가 다루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질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무적자는 저에게 큰 놀라움을 선사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한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4.25점입니다.
평가항목(5점 만점)
대중성: 4점 (복수이야기는 어느 시대에나 통하는 소재입니다.)
가독성: 5점 (매끄럽게 잘 읽혀지는 소설입니다.)
몰입도: 5점 (복수행을 담담하게 다룬 작품으로, 감정이입과 몰입도 면에서 최고입니다.)
캐릭터: 4점 (개성 넘치는 등장 인물들이 돋보였습니다. 다만 적으로 나온 등장인물들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여담이지만 무적자는 읽는 이마다 호평이 쏟아지고, 국내 장르소설계에 드물게도 재판을 찍어 대중성도 인정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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