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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승 작가의 하얀 늑대들 줄거리와 리뷰

· 댓글개 · 쓰웜

장르소설에서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전개는 주인공이 성장 끝에 강한 힘을 갖게 되어 적들을 물리치는 형태로 흘러갑니다.
그런 이야기가 수요가 많기도 하고, 감정 이입에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하얀늑대들은 기존의 클리셰를 탈피한 소설입니다.
소재 자체가 참신하다고 할 순 없지만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참신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출판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탄탄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의 외전은 정가보다 몇 배나 뛴 가격에 거래될 정도죠.


    책이름: 하얀 늑대들
    글쓴이: 윤현승
    출판일: 2003년 10월 17일
    출판사: 파피루스
    총권수: 12권 (완결)
    장르: 정통 판타지, 기사물, 모험물, 성장물
    배경: 중세시대.

1. 초반 줄거리


*평범한 미성숙남 카셀.


주인공인 카셀 노이는 평범한 농부의 아들입니다.
책과 가까워서 시골에 사는 것치곤 학식이 풍부하지만 어디까지나 세상을 활자로만 접한 애송이죠.

거기에 동네 꼬마와 목검으로 싸워도 이기지 못할 정도로 허약하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끌려다니며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소심한 면도 있습니다.
사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찌질'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카셀의 꿈은 바로 기사입니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전쟁터에 가기로 결심하죠.


"네가 전쟁에 나가?"
(중략)
"차라리 옆집 쟈넷이 전쟁에 나가겠다고 하면 덜 말리겠구나."
-전쟁터에 가겠다는 카셀을 말리는 아버지의 대사


카셀이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건 음유 시인들의 노래와 책에서 봤던 기사들의 모험담 때문에 빠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망나니였다가 기사로 금의환향한 루치라는 녀석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루치는 카셀이 좋아했던 여자애-쟈넷-을 침대로 끌여들여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당연히 주변에서 카셀을 말리기 위해 애를 씁니다.
특히 언변이 뛰어난 주인공의 아버지는 카셀에게 안되는 이유를 차분하게 들려줍니다.


"어차피 그런 전쟁이란 게 귀족들끼리의 땅 따먹기 싸움이니 우리 같은 농부들은 이럴 때일수록 얌전히 흙이나 파는 게 사는 길이란다."
"하루에도 수백명이 죽어나가는 전쟁이라지? 계급이 높을수록 죽기도 잘 죽는 거란다."
-아버지의 대사"


그러나 미성숙한 카셀은 반발하며 무작정 용병에게 기술을 배우며 전쟁터로 나갑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패잔병이 되죠.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


카셀은 허약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습니다.
쓰러진 후 죽은 척을 하고 있던 탓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전쟁의 참혹함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은 카셀은 시체밖에 남지 않은 벌판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 때 음유시인을 만나게 되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로 음유시인을 속이게 됩니다.
그리고 언변 좋은 아버지 밑에서 갈고 닦은 언변으로 대접을 받으며 함께 패잔병의 마을로 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음유시인을 죽이고 나타난 도적, 도적을 죽이고 나타난 적군 기사들을 차례로 만나며 위기에 처하고 실력 하나 없음에도 허세와 언변으로 위기를 해쳐나가야 합니다.


카셀은 자괴감에 빠지게 됩니다.
꿈이었던 멋진 기사는 커녕 시정잡배만도 못한 녀석들에게도 거짓말을 해야 하는 자신의 현실이 한심했던 거죠.


그 때, 카셀은 우연히 한 여자가 칼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자가 사실 정체를 밝혀지지 않은 하얀늑대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하얀 늑대들과 보검


하얀 늑대는 최강이라 불리우는 울프기사단 중에서 정예입니다.
딱 한 번만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모두가 선망하는 자타공인 최고의 기사단이죠.

다만 유명했던 과거의 기사들은 은퇴했고, 지금은 세대교체가 되어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을 뿐입니다.

운명의 장난인지 카셀은 하얀 늑대가 찾던 보검을 부랑자의 손에서 발견하고, 언변을 통해 그 검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거짓말만 일삼던 자신에게 신물이 났던 카셀은 용기를 내어 보검을 돌려줘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하얀 늑대들의 발자취를 따라갑니다.

그 과정에서 위기가 있었지만, 카셀은 타고난 언변과 허풍과 거짓말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런데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카셀의 거짓말 때문에 정체모를 적들이 카셀을 하얀 늑대들의 캡틴으로 착각해서 공격해오기 시작하며, 무섭게 생긴 제 3의 인물들도 보검을 노리고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카셀과 접촉한 진짜 하얀늑대들은 이 상황을 이용하기 위해서 카셀에게 '임시캡틴' 자리까지 제의하면서 카셀은 거대한 싸움으로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카셀은 진창과도 같은 현실과 싸우며 앞가림을 해야 합니다.


2. 펜은 칼보다 강하다.


에드워드 리턴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지금도 인용될 정도로 유명한 말인데, 그만큼 언어와 글이 가지는 파급력이 강하다는 소리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카셀도 그런 말이 어울립니다.
수 많은 강자들 앞에서도 리더쉽과 말만으로 상대해야 합니다.

때문에 사건이 닥칠 때마다 긴장감이 있으며, 기존의 무력 대 무력의 투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단, 카셀은 단순한 야바위꾼과는 이미지가 다릅니다.
그것보단 정신적인 성장을 이뤄나가는 리더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칼로 하는 것만이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정말 잘 보여주는 주인공이지요.


3. 리더의 자격은 무엇인가?


동시에 이런 카셀에겐 모순이 있습니다.
그에겐 특출난 힘도 없고, 탁월한 카리스마도 없습니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지식도 없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지혜도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무력집단인 울프기사단을 이끄는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카셀은 그런 점 없이도 훌륭히 리더의 모습을 수행해나가며, 때로는 굴욕을, 때로는 희망을 느끼며 점점 성장해나갑니다.
특히 적이었던 캡틴 웰치에게 깨달음을 얻으며 크게 성장하죠.



이 때 등장하는 화두는 제법 흥미롭습니다.
작 중에서는 카셀은 여러 사람과 리더의 자격을 논합니다.


현 세대 울프 기사단들의 스승인 마스터 퀘이언은 모두를 단숨에 제압하는 카리스마라고했고, 전대 하얀늑대인 메이루밀은 어떤 상황에서도 머뭇거리지 않는 과감한 결단력이라고 했으며, 하이로드 탈룬드는 모두를 감동시키는 인간성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스터 타냐는 유능한 부하를 뒀을 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며, 반대로 최악의 리더는 유능한 부하를 놀리고 자기가 일을 하는 것이라는 대답을 합니다.


카셀은 끊임없이 그 부분을 고민하며, 많은 경험을 하며 성장해나갑니다.
그리고 종내에는 자신만의 리더쉽과 리더상을 찾게 되죠.


4. 정통 판타지.


이 소설은 단순히 전개의 특이성 때문에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건 아닙니다.
고전적이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이 로망을 가지고 있는 정통 판타지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국내의 장르계는 클리셰 파괴랍시고 뒤틀어버린 전개가 오히려 주류가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저능아 수준도 안 되는 드래곤 같은 소재들이 주류에 가깝죠.

아이러니하게도 '정통' 판타지는 오히려 적습니다.
그 때문에 우직한 기사도, 멋진 기사들, 신비한 마법사들과 진정한 마법들을 갈구하는 팬층은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개연성과 마음을 뒤흔드는 사건들이 독자들의 시선을 더 끌어당긴 것 같습니다.


5. 전체적인 평가.


소설에선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많이 나옵니다.
유쾌한 게랄드, 자신감 넘치고 주도적인 아즈윈, 큰 형처럼 든든하고 자상한 쉐이든, 진정한 기사의 표본 캡틴 웰치, 시크하면서도 가끔은 버벅이는 어리숙한 매력의 제이메르 등…
이 인물들은 모두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한 개성을 보여줌으로써 읽는 이를 즐겁게합니다.



그러나 그런 인물들을 살리기 위해서였는지 윤현승 작가님은 모험적인 전개를 선택 했습니다.
주인공 위주의 전개가 아니라 다중 시점으로 전개하는 방식을 쓴 것이죠.
심지어 주인공은 등장하지도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마 처음 읽는 분들은 조연 캐릭터를 모르고, 감정 이입이 되어 있지않기 때문에 이런 전개가 되었을 때 이야기에서 흥미가 떨어지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권할 때는 "초반에 포기하지 마라, 처음보단 두 번째, 두번째 보단 세번째로 읽어봐야 진정한 재미를 알 수 있다."라는 말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저도 그 말을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그 외에 인상 깊었던 것은 작품이 주는 감동이었습니다.
캡틴 웰치, 게랄드의 순정, 라이의 숨겨진 이야기들.
거기서 받은 감동으로 읽고난 후에 휴유증이 남을 정도였죠.

게다가 전투묘사도 상당히 사실적이었는데, 밑도 끝도 없이 기술 이름만 부르면서 하는 전투와는 다른 방식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품 내에서 문제점도 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오글거린다는 대사라던가, 성장을 이루기 전의 카셀에게 상대적으로 쉽게 설득당하는 강자들의 모습이 대표적이지요.[각주:1]


그리고 문장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처녀작인 다크문에서는 오락가락하는 듯한 문체에 약간 읽기 힘들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윤현승 작가님의 문장이 본격적으로 꽃피는 시기는 이 작품 이후라는 평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문장이 불필요하게 길다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소설은 훌륭한 작품이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 입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나온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4.3점입니다.


평가항목:5점 만점

가독성: 3.5점 (무리 없이 술술 읽어지나, 시점의 변환이 많아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 진입장벽이 있다. 문장도 쌈박하지 못하다)
몰입감: 4.0점 (적응만 된다면 최고의 몰입도를 자랑한다. 다만 진입장벽 때문에 점수가 낮아졌다.)
책이 주는 감동: 5.0점 (글만으로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소설이다.)
캐릭터: 5.0점 (캐릭터성은 정말 훌륭하며, 등장인물들도 개성이 넘친다.)


P.S 여담이지만 하얀늑대들엔 윤현승 작가님의 처녀작인 다크문에서 여러 설정을 가져와서 썼습니다.
프론타몬->론타몬, 웨인->웰치 등등 처녀작의 미숙함 때문에 아쉬움이 있었던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1. 이런 개연성 문제를 고친 게 개정 양장본 판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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